
2019.6.27.(목) 19:30~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습관이 되어서인지 피아노 협연이 없는 공연의 티켓팅을 할때도 왼쪽으로 치우친 자리를 선택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번 공연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피켓팅이었던 탓에 어쩌다보니 중간에 앉게 되었다. 피아노 건반은 보이지 않아도 오케스트라가 내는 소리는 잘 들릴 것이라 스스로를 위로했었는데 이게 신의 한 수가 될 줄이야. 소름이 돋는다는 것은 이런 것, 정말이지 엄청난 공연이었다. 관객들의 기대에 찬 박수 속에 지휘자 이반 피셔가 등장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통역사를 대동하고 나타난 그는 한국인들도 많이 희생된 다뉴브강 유람선 사고를 진심으로 애도한다고 한 마디 한 마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그리고는 그의 지휘 하에 희생자와 부다페스트..
2019.3.20.(수) 19:30~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작년 필하모니아와 내한 했을 당시, 번스타인 2번이 너무 익숙해지지 않아서 결국 짐머만을 보러가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리사이틀을 더욱 기다렸었다. 이렇게까지 관객이 긴장하는 리사이틀이 또 있을까. 피아니스트가 등장하지도 않았는데 객석은 이미 엄청난 집중상태. 조명이 어두워지고 짐머만이 등장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지만, 짐머만은 빠르게 착석해 박수가 잦아들기도 전에 연주를 시작했다. 예고된 것과는 달리 1부가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이었다. 나는 피아니스트에 따라 표현해 내는 '아름다움'이 각자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크리스티안 짐머만이 연주하는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에는 신기루와도 같은 아름다움이 있었다. 특히 2악장에서는 마치 무수한 크리스탈..
2019.3.6.(수) 19:30~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201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율리아나 아브제예바와의 협연이기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예매했다. 사실 이전에 현악 버전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실연을 본 적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오케스트라 보다는 소리가 풍성하지 못해 약간 실망한 적이있었다. 그래서 가급적 현악 버전으로 편곡된 쇼팽 피아노 협주곡은 보러가지 않겠노라 다짐했는데, 그 다짐이 채 1년을 가지 못했다. 율리아나 아브제예바는 내가 블레하츠나 조성진 피아니스트만큼 익숙하지 못했는데, 그래서 더욱 호기심이 갔다. (이 날의 프로그램) 쾰른 챔버 오케스트라의 모차르트는 나에게는 너무 낯설었다. 첫 곡이었던 모차르트 심포니 17번의 도입부에 대해 나는 봄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저마다의 아름..
2019.2.22.(금) 19:30~ 수성아트피아 용지홀 재작년말? 아니면 작년 초? 아무튼 그쯤부터였던 것 같다. 두 사람의 듀엣 소식에 클래식 팬들이 술렁였던 것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의 콩쿠르 영상을 본 블레하츠가 메일을 보내서 듀엣이 성사되었다고. 김봄소리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두 사람의 사진을 보고 듀엣 결과물을 궁금해한지 꽤 되었는데, 드디어 실연을 들을 기회가 왔다. 금요일이라 시내는 차가 엄청나게 막혔고, 혹시라도 제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봐 전전긍긍하며 친구와 함께 공연장으로 향했다. 블레하츠는 2년 전 첫 내한 리사이틀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김봄소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블레하츠는 연미복을, 김봄소리는 강렬한 빨강 꽃무늬가 그려진 검정색 홀터넥 드레스를 입고 등장했다. 프로그램은 ..
2018.12.18.(화) 19:30~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합창석까지 모두 매진된 공연이라 주차하기가 쉽지 않았다. 회사에서 조금 늦게 나선지라 콘서트하우스에 주차하긴 힘들거라 예상은 했지만 주차가 그토록 힘들 줄은 몰랐다. 근처를 빙빙 돌다 겨우 차를 대고 연주회장으로 들어갔다. 친구가 귀띔해 준 대로 도이치 캄머 필하모닉은 소규모 편성이었다. 프로그램북에 표기된 이름을 세어보니 연주자는 44명 이었다. 최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나 서울시향의 대규모 편성만 계속 보다 보니 어쩐지 단촐해 보이긴 했지만, 그래서인지 파보 예르비와 도이치 캄머 필은 그야말로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주었다. 상하의 뿐만 아니라 셔츠까지 모두 블랙으로 맞춰입은 파보 예르비와 오케스트라의 첫 곡은 모차르트 오페라 돈 지오반니..
2018. 12. 7.(금) 20: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갑자기 떨어진 기온 탓에 예술의 전당으로 향하는 길은 무척 혹독했다. 특히 서울에 도착하는 것이 생각보다 많이 지체되어, 자칫하면 늦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에 지하철역에서부터 공연장까지 뛰다시피 해서 더욱 그랬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시간 내에 도착하긴 했지만, 찬 바람을 가르며 질주(?)한 탓에 공연 시작 전부터 이미 기진맥진해 있었다. 땀에 젖은 패딩코트를 벗고 꽁꽁 언 뺨을 두 손으로 녹이며 주위를 둘러보니 1층에 빈자리가 제법 보였다. 특정 구역이 몽땅 비어 있는 것은 아마 초대석이었겠지만 드문드문 보이는 빈 자리는 갑자기 지휘자가 변경되어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비록 주빈 메타가 멋지게 빈 자리를 메우긴 했..
2018.11.30.(금) 20: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예브게니 키신의 협연 티켓을 예매해두고 손꼽아 기다리는 중이었다. 문자가 하나 오길래 대수롭지 않게 봤더니 '지휘자 변경공지, 마리스 얀손스&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 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찰나였지만 온갖 감정이 스쳤다. 놀람이 좌절을 거쳐 분노로 바뀔 때쯤 다음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주빈 메타로 변경되었습니다.' 분노가 순식간에 사그라들고 '정 그렇다면야 뭐...'하며 나도 모르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상임 지휘자가 아닌 것은 아쉽긴 했지만, 얀손스를 대신할 지휘자로 주빈 메타를 섭외했다는데야 더 이상의 불평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공연 시작 전 포디움에 놓여있는 회전의자를 ..
2018.10.28.(일) 20:00~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예매 후 프로그램이 바뀌었다. 원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함머 클라비어'를 연주할 예정이었는데, 쇼팽 녹턴 두 곡과 슈만 피아노 소나타 3번으로 변경되었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마치 5만원을 잔돈으로 바꿔달라고 했는데 3만 5천원 정도밖에 못 받은 것 같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쇼팽과 슈만의 곡도 좋지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중에서도 걸작인 함머 클라비어를 키신의 연주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큰 기대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쩌랴, 이 리사이틀 표를 예매하느라 얼마나 고생했던가.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보고자 취소표를 기다리며 몇 날 밤을 설쳤던가. 예브게니 키신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라는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