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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5.7.(화) 19:30~
대구콘서트하우스 그랜드홀
작년에 통영 공연을 예매했었지만 친한 동료의 결혼 소식에 눈물을 머금고 포기했었던, 루돌프 부흐빈더의 공연을 드디어 볼 수 있었다.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답게 프로그램 전곡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였는데, 내가 좋아하는 비창을 포함해서 열정, 10번, 13번, 25번으로 총 5곡이었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피아노 위에 조명이 밝혀지자 지체 없이 짙은색 넥타이를 메고 정장을 입은 루돌프 부흐빈더가 등장했다.
1부는 10번, 13번, 8번이었다. 연주를 듣노라니 피아니스트가 이 곡들을 수도 없이 연주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연주를 거듭하며 깎아내고 덧붙여서 자신만의 베토벤을 완성한 것 같았다. 특히 박자를 자유자재로 변형시켜가며 곡을 풀이해 나간 것이 인상적이었는데, 흔히 쇼팽 연주에서 볼 수 있는 템포 루바토와는 다른, 마치 수면이 천천히 일렁이는 것 처럼 곡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일정 부분을 늘였다가 급박하게 몰아 붙였다가 하는 식이었다.
2부 프로그램은 25번, 23번이었는데, 특히 23번은 그야말로 열정 그 자체였다. 특히 1악장과 3악장에서의 빠르고 강한 타건은 연주자의 나이를 의심케 할 정도였다. 일흔을 넘긴 피아니스트의 열과 성을 다한 연주에 관객들은 큰 박수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앵콜은 총 3곡으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3악장, 요한 슈트라우스 2세 '빈의 저녁', 바흐 파르티타 제 1번, BWV. 825, 지그였다. 공연시작 전에 다음 리사이틀에서는 템페스트를 연주해줬으면 좋겠다고 친구에게 농담삼아 얘기했었는데, 3악장이나마 앵콜로 들을 줄이야. 마치 기대하지 않은 선물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포스터나 팸플릿 사진을 보고 인자한 할아버지 같다는 인상을 받았었는데, 실물이 사진과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리사이틀을 봤으니, 다음번엔 협연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베토벤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