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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독서

'살인자의 기억법' 속의 베토벤

떠돌이 클덕 2019. 3. 11. 20:51

김영하 작가의 '살인자의 기억법'을 읽었다.

소설은 주인공이자 연쇄살인범인 '김병수'가 알츠하이머에 걸려 서서히 기억을 잃어가는 과정을 실제 치매노인의 생각의 단락을 보여주듯이 그려내고 있다.

소설 속 '김병수'는 금강경과 니체를 읽는다.

그가 니체를 읽는 이유는 그럭저럭 알 것도 같다. 금강경도 남과는 다른 자신의 삶과 존재에 대한 고찰을 위한 것이라고 억지나마 그 이유를 생각해내 볼 수 있다.

그런데 그는 염원하던 일을 이뤘다고 생각한 날,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듣는다.

아니, 대체 왜?

아무리 나름대로 이유를 생각해봐도 왜 하필이면 그 곡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니체를 즐겨 읽는다면 바그너에 흥미가 있을수도 있고 금강경을 읽을 정도라면 바흐를 들어봄직도 한데.

단지 의사가 클래식 듣기를 권했기 때문에 무심코 고른 곡일까. 아니면 목표를 달성한 후 마치 '황제'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일까.'김병수'는 그 아름다운 2악장을 들으면서 대체 무슨 생각을 했을까.

당분간 황제를 들을 때는 어쩐지 찝찝한 느낌이 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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