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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9.09.(일) 15:00~

안산 문화예술의 전당 해돋이 극장

어떤 공연을 한 번 감상한 것 만으로 그 연주자의 모든 것에 대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해서는 안 될 일인지 알게 해준 날이었다. 일전 전주 공연을 본 후 나는 조성진 피아니스트가 애상을 밖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안으로 감싸안는 타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공연은 180도 달랐다. 프로그램의 차이 때문인지 전체적으로 격정과 감상이 휘몰아 치는 듯한 연주였다.

 

 

이번 프로그램에서 가장 기대했던 슈베르트 방랑자 판타지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섬세함과 격렬함을 넘나들며 감정을 정면으로 부딪혀오는 느낌이었다. 대체적으로 알프레드 브렌델을 연상케하는 연주였는데, 제스처마저 흡사한 부분이 있어 소소하게 놀라기도 했다.

피아노곡을 좋아하는 사람치고 나는 쇼팽에 크게 익숙한 편은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폴로네이즈 판타지도 그저 '이런 곡이구나'하는 정도의 감상 밖에는 없었다. 그런데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있자니 곡이 나도 모르는 사이 '스며들었다'. 워낙 감상(感傷)적인 성격이기도 하거니와 날씨가 제법 선선해진 이후로는 가을까지 타고 있어 스스로도 자신의 감상(鑑賞)을 신뢰할 수 없는 부분이 있지만, 그가 연주해내는 아름다운 선율 속에는 쓸쓸함이, 강렬한 선율 속에는 고뇌가 묻어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아무리 눈물샘이 약한 사람이라지만 공연장에서는 한 두방울 훌쩍이는 정도면 족한데, 이 곡을 듣는 동안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눈물을 쏟아냈다. 감동 때문이라기 보다는 연주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애상으로 인한 눈물이었다.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또 다른 면을 알게 된 공연이었다. 다음 번에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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